전 세계적인 고물가와 공급망 불안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K-푸드'의 경제 영토가 또 한 번 확장됐다.

한국의 매운맛을 대표하는 라면이 단일 품목 최초로 수출 15억 달러를 돌파하고, 농기계와 비료 등 전후방 산업이 뒷받침하며 지난해 농식품 및 연관 산업(K-푸드+)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136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한류 열풍을 넘어 한국 식품 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성적표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잠정)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136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세부적으로는 신선·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분야가 104억 1,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100억 달러 고지를 밟았으며, 스마트팜 자재와 농기계 등 농산업 분야도 32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해 두 분야 모두 집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번 수출 신기록의 일등 공신은 단연 '라면'이었다.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9% 급증한 15억 2,140만 달러를 기록, '식품업계의 반도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중국(47.9%↑)과 미국(18.2%↑) 등 주력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강화된 것은 물론, 중동(GCC)과 중앙아시아(CIS) 등 신흥 시장에서도 20~3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치즈맛 매운 라면 등 현지 입맛을 공략한 신제품 출시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라면의 인기는 소스류 수출로도 이어졌다. 'K-매운맛' 트렌드가 확산하며 고추장과 떡볶이 소스 등의 수출이 4.6% 증가했고,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맵고 달콤한 맛이 유행하며 관련 소스 소비가 늘었다.

신선식품과 디저트류의 약진도 눈에 띈다. 아이스크림은 웰빙 트렌드에 맞춘 비건·저지방 제품을 앞세워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포도와 딸기는 철저한 품질 관리와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다. 대만 수출 검역 요건 완화와 동남아시아 내 국산 신품종(금실, 홍희 등) 인기 덕분에 포도와 딸기 수출은 각각 46.3%, 4.0% 증가했다.

수출 지형도 역시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미국은 전년 대비 13.2% 늘어난 18억 달러를 수입하며 2년 연속 한국 농식품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굳혔다.

2위인 중국(15억 9,000만 달러) 역시 리오프닝 효과와 K-콘텐츠 인기로 5.1%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유럽 시장은 건강식에 대한 관심 증대로 쌀가공식품과 김치, 삼계탕 등 닭고기 제품 수출이 급증하며 13.6%라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부상했다.

식품을 넘어선 '농산업'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농기계 수출은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규제 등 통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제품 라인업 다양화와 시장 다변화 전략으로 10.8% 성장한 1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농약과 비료 역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수요 확대와 국제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수출 효자 노릇을 했다.

동물용 의약품은 유럽 내 중국산 대체 수요를 흡수하며 네덜란드, 스페인 등지로 수출이 급증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세를 몰아 2026년 수출 목표를 16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관세 장벽 등 녹록지 않은 무역 환경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역대 최고 실적을 만들었다"며 "올해는 'K-푸드 수출기획단'을 중심으로 5대 전략(A-B-C-D-E)을 추진해 K-푸드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