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경제 재건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내주 중 대(對)베네수엘라 제재를 완화해 원유 수출 길을 터주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에 묶여 있던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투입해 경제 정상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미네소타주 사리지의 위네바고 산업 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의 원유 판매를 돕기 위해 이르면 다음 주 중 추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조치가 단순히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차원을 넘어, 원유 판매 대금이 베네수엘라 본국으로 송금되어 정부 운영과 치안 유지,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자금 흐름의 동맥경화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마두로 정권 붕괴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 사회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연계해 베네수엘라를 다시 글로벌 원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복귀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재정적 지원 사격도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베센트 장관은 내주 IMF 및 세계은행(WB) 총재와 연쇄 회동을 갖고 베네수엘라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핵심은 IMF 특별인출권(SDR) 활용이다. 현재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SDR 규모는 약 35억 9000만 SDR로, 달러 환산 시 약 49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그동안 제재로 인해 그림의 떡이었던 이 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베네수엘라 경제 재건에 즉각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IMF는 지난 2004년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에 대한 공식 평가를 중단했고, 베네수엘라 역시 2007년 세계은행 차관을 모두 상환하며 서방 금융기구와 단절된 상태였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20년 만에 다시 서방 자본과 손을 잡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행정명령을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채권자들이 미국 내 계좌에 보관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익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베네수엘라의 국부가 해외 채권자들의 빚잔치에 쓰이는 대신, 국가의 '평화와 번영, 안정'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1500억 달러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의 복잡한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민간 자본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엑슨모빌과 같은 일부 메이저 석유사들이 과거 자산 국유화 경험 탓에 재진입을 주저하는 것과 달리, 중소형 민간 기업들이 발 빠르게 베네수엘라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를 '투자 불가능한 곳'이라고 평가한 엑슨모빌 CEO의 발언을 겨냥해 "엑슨을 베네수엘라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반면, 오랜 기간 현지를 지켜온 쉐브론은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미 정부는 수출입은행(Ex-Im Bank)을 통한 금융 보증까지 검토하며 미국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진출을 독려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