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이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지난 28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김 의장은 사과문 발표 바로 전날인 27일, 국회 청문회에는 '해외 거주'와 '기존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사과의 진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 28일 쿠팡 뉴스룸을 통해 "쿠팡에서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과 국민들께 매우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장문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김 의장은 사과문을 통해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자원을 투입해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출된 고객 정보와 관련해 "최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유출된 고객 정보 100%를 모두 회수 완료했다"며 "유출자의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는 3,000건으로 제한적이었으며 외부 유포나 판매 정황은 없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김 의장의 이러한 '사과'와 '행동' 사이의 엇박자다.
본지가 입수한 '불출석 사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은 사과문 발표 하루 전인 27일, 국회 과방위원장 앞으로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했다.
과방위는 오는 30일과 31일 양일간 '쿠팡 침해사고 및 정보유출 관련 사건 청문회'를 열고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하지만 김 의장은 사유서에서 "본인은 현재 해외 거주 중으로, 30일과 31일에 기존 예정된 일정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로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고 적시했다.
이어 "해당 일정은 확정되어 변경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출석이 불가함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고 초기 소통 부족으로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반성한 김 의장이 정작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사고 경위와 대책을 묻는 자리에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모든 자원을 투입해 책임지겠다는 경영자가 국회 청문회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피하는 것은 전형적인 '선택적 책임' 회피"라며 "사과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불출석을 통보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사과문 후반부에 "이사회를 중심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고 정보보안 투자를 전면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그가 국회 검증대를 피하면서, 쿠팡이 내놓을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안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과방위는 김 의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검토한 뒤 동행명령장 발부 등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연말 국회와 쿠팡 간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