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결국 전기차(EV)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정책과 시장의 수요 냉각이라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60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손실 처리를(Write-down)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포드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한 데 이은 GM의 이번 결단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 닥친 'EV 겨울'이 예상보다 길고 혹독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규제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투자 축소 및 생산 계획 변경에 따라 60억 달러의 비용을 4분기 회계에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손실 처리의 핵심은 '공급망 비용'이다. 전체 비용 중 약 70%에 달하는 42억 달러가 현금성 비용으로, 당초 계획했던 생산 물량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서 발생한 부품 업체들과의 계약 취소 위약금 및 합의금 성격이다.

GM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그에 따른 정책 변화가 결정적인 트리거(Trigger)가 됐다.

지난해 9월 30일부로 대당 7500달러에 달하던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전격 폐지되면서 판매량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제 혜택 종료 직후인 2025년 4분기 GM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43%나 급감했다. 세제 혜택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던 3분기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GM이 경쟁사인 포드보다 전기차 전환에 더 공격적이었던 만큼, 타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목표 아래 '전기차 올인'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탄탄하게 갖춘 경쟁사들과 달리 순수 전기차 비중이 높아, 최근 다시 불고 있는 하이브리드 열풍의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FRA의 개럿 넬슨 연구원은 "GM의 부족한 하이브리드 비중이 최근의 시장 점유율 상승세를 반전시키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GM은 현재 판매 중인 12종의 전기차 모델 단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생산 목표치를 대폭 하향 조정함에 따라 협력업체들과의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GM 측은 "공급망과의 협상 과정에서 2026년에도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그 규모는 2025년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GM은 전기차 부문 외에도 중국 합작법인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11억 달러의 별도 비용을 4분기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날 GM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3.9% 상승 마감했으나, 대규모 비용 발생 소식이 전해진 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2%대 하락세를 보였다.

앞서 경쟁사인 포드 역시 전기차 프로그램 취소 등으로 195억 달러 규모의 손실 처리를 발표한 바 있어, 미 자동차 빅3의 실적 눈높이 하향 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