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미국 판매가 11월 기준으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방 보조금 중단 이후 수요 급락을 만회하기 위해 선보인 '스탠더드(Standard)' 저가 모델도 반등 효과를 내지 못한 모습이다.
전기차(EV) 시장 전반의 침체 흐름 속에서 테슬라가 새 모델 부재와 브랜드 리스크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11월 미국 판매량은 3만9,800대로 전년 동기(5만1,513대) 대비 23% 급감했다. 이는 2022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테슬라는 지난 10월 연방정부의 7,500달러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후 수요 급락을 막기 위해 모델 Y와 모델 3의 '스탠더드' 버전을 기존 기본 모델보다 약 5,000달러 낮은 가격으로 출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규 수요 창출보다는 기존 고급 트림 구매를 잠식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 현상이 뚜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콕스의 스테파니 스트리티 산업 인사이트 디렉터는 "스탠더드 모델이 기대했던 판매 보완 효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프리미엄 모델 판매를 깎아먹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경쟁사보다 충격은 덜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EV 판매는 41% 이상 급감해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은 43.1%에서 56.7%로 오히려 확대됐다. 테슬라가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최대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테슬라의 근본적인 수요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인도량이 감소한 이후 올해도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신차 라인업 공백이 길어지면서 사이버트럭을 제외하면 사실상 '구형 모델 개선'에 의존하고 있고, 사이버트럭 역시 초기 기대만큼 판매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요인도 부담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강경한 정치 발언을 이어가자 일부 소비자층의 반발이 확산되며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는 최근 모델 Y 스탠더드에 최대 0%대 금융 프로모션까지 적용하며 수요 부진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
투자사 캐멀쏜의 어드바이저 숀 캠벨은 "실제 수요가 충분했다면 출시 한 달 남짓 된 모델에 0% 금융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며 "결국 테슬라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새로운 모델의 등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