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연간 이자수익이 5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흐름, 가계대출 증가세 약화 등으로 금융권의 '이자 장사'가 예년만큼 이익을 내지 못한 영향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금융개혁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의 외형 확대가 더 이상 쉽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자수익 감소와 달리 순이익은 오히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금융지주들의 수익구조가 '외형 축소–수익성 개선'이라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이자수익 전망치는 총 101조 4,7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5조8,307억 원보다 약 4% 감소한 규모다.
금융지주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이자수익은 금융회사가 대출을 취급하거나 자금을 운용해 얻는 이자 수입으로, 일반 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금리가 하락하거나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구조를 갖는다.
실제로 올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대출금리 인하 흐름으로 이어졌고,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서 대출 증가폭도 제한됐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들의 이자수익도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별 회사별로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의 올해 이자수익이 29조 7,1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하고, 신한금융은 27조 4,129억 원으로 6.2%, 하나금융은 23조 83억 원으로 4.5%, 우리금융은 21조 3,397억 원으로 3.1% 각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이자수익 역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상 전업권 전체의 수익 압박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자수익이 줄면서 금융권의 기존 ‘구조적 이익 모델’에 대한 문제 제기도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담보 대출에 치우친 수익 구조, 경기 변동에 취약한 외형 의존도 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자수익이 4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었던 흐름도 올해 들어 확연히 둔화했다.
그러나 외형 축소와는 대조적으로 순이익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18조5,454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6조5,268억 원보다 10% 이상 증가한 규모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이 5조 7,5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4%, 신한금융이 5조 2,513억 원으로 15% 이상, 하나금융이 4조 1,215억 원으로 약 9%, 우리금융이 3조 4,206억 원으로 약 8%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자수익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비이자이익 개선, 충당금 감소, 비용 효율화 등이 꼽힌다.
특히 리스크 관리 강화와 금융환경 안정으로 대손비용이 지난해보다 낮아졌고, 자산운용·자회사 실적도 회복세를 보인 점이 순익 확대에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자수익 중심의 외형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향후 비이자 부문의 경쟁력이 수익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금융지주들의 전략 전환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다만 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의 체감도는 높지 않은 만큼, 이자 부담 경감과 실질적 금융개혁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자 장사 비판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