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월가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AI 거품 논란을 일단 진정시켰다.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은 다시 한 번 'AI 대표주' 엔비디아의 성장성을 확인했다.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을 650억 달러(약 89조 원, ±2%)로 예상했다. 이는 LSEG 집계 월가 전망치 616억 6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급등, 시가총액 약 2,200억 달러가 더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3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인 570억 1000만 달러(약 83조 4000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62% 증가하며 7개 분기 만에 성장세가 재가속했다.

특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이 512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486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젠슨 황 CEO는 "블랙웰(Blackwell) 제품군의 판매는 말 그대로 기록적이며, 클라우드용 GPU는 완판 상태"라며 "AI 생태계는 산업·국가를 막론하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11월 초부터 확산된 'AI 버블' 우려로 엔비디아 주가는 이달에만 8% 가까이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1,200% 급등한 주가 흐름 속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지속 여부가 최대 논점으로 남아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유지한다.

스티펠의 루벤 로이 애널리스트는 "AI 인프라 투자 증가세가 지속 가능하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전력수급, 부지 확보, 전력망 용량 등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가 AI 확산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마케터의 제이콥 본 애널리스트는 "GPU 수요는 엄청나지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확보한 장비를 실제로 얼마나 빨리 가동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매출 구조도 더욱 특정 고객 중심으로 쏠리고 있다. 3분기 상위 4개 고객 매출 비중은 61%, 전 분기(56%)보다 더 높아졌다.

또한 엔비디아는 AI 칩을 보유한 클라우드 업체로부터 자체 칩을 '재임대'하는 방식의 계약을 크게 확대해, 관련 계약 규모가 전 분기 126억 달러에서 260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AI 칩 수요가 당분간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내년까지 납품될 고급 AI 칩 계약 규모가 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4분기 조정 후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을 75%(±0.5%p)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는 74.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