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참여 비율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그늘 경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사외이사는 계열사 임명이나 보수 심의 등 핵심 의사결정에서 여전히 배제되며, 견제 장치로서의 역할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77개 기업집단 중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518곳으로 전체 18.2%를 차지했다.
총수일가 등기이사는 총 704명으로, 전체 등기이사 대비 약 7.0% 수준이었다.
특히 등기부에 등재되지 않은 미등기임원으로서 총수일가가 재직하는 회사는 198개사(약 7.0%)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상장사에서의 비율은 23.1%에서 29.4%로 크게 높아졌다.
공정위는 "미등기임원은 실질적 경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은 상대적으로 약해 권한과 책임 간 괴리가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개정된 상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미등기임원 증가가 법·제도 실효성 측면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수일가 1인당 평균 이사 직함은 2.2개이며, 총수 본인은 2.8개, 2·3세는 평균 2.6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된 경우 대부분 대표이사(30.4%)나 사내이사(57.1%)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형식이다.
미등기임원 1인당 평균 겸직 수는 1.6개였으며, 이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 직위가 54.4%를 차지해 감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상장사 기준 51.3%로 법정 기준(44.2%)을 상회하고 있으며, 비상장사에서도 4.4%가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상정된 안건의 99% 이상이 원안대로 가결되는 등 사외이사의 실질적 견제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사외이사 비율이 낮은 상장사는 원안 가결률이 100%인 반면, 75%를 초과한 상장사는 95.5%로 낮아, 사외이사 비율과 이사회 독립성 간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위원회 설치 현황을 보면, 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는 의무 설치가 대부분 이루어졌고, 자율 설치 항목인 ESG·내부거래·보상위원회도 확산 추세다.
특히 ESG위원회 도입 비율은 2021년 17.2%에서 올해 57.3%로 급증했다.
다만 총수 있는 집단은 내부거래위원회, 추천위원회, ESG위원회 설치는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보상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설치는 적어 이사회 차원의 보수·감시 체계가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수주주권 제도는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를 포함해 361개 상장사 중 319개사(88.4%)가 하나 이상 도입했으며, 올해 소수주주권 행사 건수는 역대 최대치인 93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정관에서 96.4%가 배제돼 실제 활용은 극히 제한적이며, 전자투표를 통한 실제 참여율은 1%대에 머물렀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등기·미등기 임원 참여 확대 등은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있다"며, "개정된 상법의 독립이사 제도 강화와 사외이사 의무 비율 확대 등이 시장 감시 기능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기업집단 지배구조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강화와 자발적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분석은 특별법으로 설립된 농협과 올해 신규지정 5개 집단을 제외한 86개 집단 소속 2,994개 회사(상장사 361개, 비상장사 2,633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