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EV) 전략을 대폭 수정하며 1,950억 달러(약 260조 원)을 손실로 처리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내연기관 정책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EV 후퇴'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포드는 15일(현지시간) 전기차 관련 자산에 대해 총 1,950억 달러의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여러 전기차 모델의 개발과 출시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 사이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 전기차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손상차손이란 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보다 낮을 때 그 차액을 당기손익에 반영하는 손실이다.

이번 손상차손 가운데 약 850억 달러는 취소된 전기차 모델과 관련된 비용이다.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으로 개발 중이던 'T3'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하는 한편, 전기 상용 밴 출시 계획도 접었다.

포드는 기존 순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장기적으로 대체해, 가솔린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 모델로 전환할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졌다.

한국 SK온과의 배터리 합작법인 해소에 따른 비용이 약 600억 달러, 기타 프로그램 관련 비용이 500억 달러에 달한다.

손상차손은 주로 올해 4분기에 반영되며, 일부는 2027년까지 분산 처리될 예정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시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며 "그 변화가 이번 결정을 내린 직접적인 계기"라고 말했다.

포드는 당분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장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순수 전기차를 합친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현재 이 비중은 약 17% 수준이다.

실적 전망은 오히려 상향했다.

포드는 2025년 조정 영업이익(EBIT) 전망치를 기존 60억~65억 달러에서 약 70억 달러로 올려 잡았다.

대규모 손상차손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간 외 거래에서 포드 주가는 약 1% 상승했다.

포드의 전략 수정은 미국 전기차 시장 전반의 위축을 반영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연비 규제가 완화되면서,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급격히 줄었다.

9월 말 7,500달러 소비자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 미국 전기차 판매는 11월 기준 약 40% 급감했다.

F-150 라이트닝은 지난 2022년 화려한 기대 속에 양산에 들어갔지만, 실제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쳤다.

포드는 올해 11월까지 라이트닝을 2만5,583대 판매하는 데 그쳤으며, 이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테네시주에서 생산될 예정이던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공장은 2029년부터 가솔린 트럭 생산으로 전환된다.

이번 결정으로 포드는 사실상 '2세대 전기차 라인업'을 전면 철회했다. 대신 캘리포니아의 소규모 개발 조직이 주도하는 저가형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한다.

첫 모델은 가격 약 3만 달러 수준의 중형 전기 트럭으로,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앤드루 프릭 포드 가솔린·전동화 부문 총괄은 "수익성이 불확실한 대형 전기차에 더 이상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기보다는,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은 분야로 자본을 재배치하겠다"고 말했다.

포드는 올해와 지난해 각각 약 50억 달러의 전기차 부문 손실을 기록했으며, 전기차 사업의 흑자 전환 시점을 2029년으로 제시했다.

포드의 후퇴는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전기차 공장 계획을 조정하며 16억 달러의 손상차손을 반영했고, 스텔란티스 역시 전기 램(Ram) 픽업 출시를 취소하며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선회했다.

업계에서는 순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리비안이 상대적으로 점유율 확대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전체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