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정부가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시장 과열 신호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종합 처방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수사 체계를 대폭 보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속도 조절'에 방점을 찍은 정책이다.

그러나 정책의 효과는 선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규제의 실효성과 공급 대책의 실행력, 감독 체계의 권한과 중립성 확보가 함께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

이번 대책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세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규제 강화는 불가피했지만 실수요자 부담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고 주담대 한도·스트레스 금리 등 금융 규제를 강화한 것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관측된 급등·과열 신호를 억제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

다만, 규제는 실수요자까지 광범위하게 옥죄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청년·신혼부부 등 취약층의 진입 능력이 약해진다.

금융 규제의 설계에서는 소득·자산·가구형태 등을 고려한 예외·완화 장치를 병행해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 사이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감독 기구 신설은 진일보지만, '권한·예산·독립성'이 관건이다.

국무총리 직속의 부동산 감독 기구 신설과 산하 수사 조직 운영 계획은 이번 대책의 구조적 성과다.

분산돼 있던 점검·단속 기능을 통합하고, 가격 띄우기·시세조작·탈세 등 불법행위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조직이 형해화되지 않으려면 권한 배분과 예산·인력의 실효성이 확보돼야 한다.

수사·조사 권한의 범위, 국토부·금융위·국세청·경찰과의 협업 체계, 정치적 중립성 확보 장치 등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

기구가 '감시'만 하다가 실질적 제재로 이어지지 않으면 기대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셋째, 공급 실행력을 보여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의 가시적 성과다. 정부는 수도권 135만호 공급 계획과 후속 법안, 정비사업 절차 개선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급 계획의 속도와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수요 억제만으로는 근본적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심 재건축·공공택지 개발·노후 임대주택 재정비 등에서 구체적 일정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연내 가시적 진척을 보여줘야 한다.

공급 정책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으로 집행돼야 한다.

서울·수도권 과열 지역과 비수도권의 수요·공급 구조는 다르다. 획일적 규제 확대로 인해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없도록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10·15 대책은 '속도를 늦추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러나 정책의 힘은 균형 감각에서 나온다. 규제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실수요자 보호 장치, 그리고 무엇보다 '공급의 실행력'이다.

감독 기구가 실권을 갖고, 공급 계획이 속도감 있게 집행되며,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보완되는 선순환이 구축될 때 이 대책은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제는 말이 아닌 실행과 결과가 필요하다.

정책의 진정한 시험대는 시행 이후의 시장과 국민의 반응이다. 정부는 '속도 조절'의 리듬을 잃지 않되, 시장과의 호흡을 맞추는 세밀한 조율을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