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공식 허가했다.
미국 바이든·트럼프 정부 모두 중국을 견제하며 동맹 중심의 'AI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동 두 나라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게 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우디 정부가 후원하는 AI 기업 휴메인(Humain)과 UAE 국영 AI 기업 G42에 대해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칩 최대 3만5000개에 해당하는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물량의 가치는 약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상무부는 "두 회사가 보안·보고 의무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의 방미 일정과 맞물려 발표됐다. 미국이 두 국가의 AI 산업 성장 의지를 공개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앞서 사우디의 휴메인은 같은 날 엔비디아 AI 칩 60만 개 구매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투자 구상을 공개했다.
이는 블랙웰 칩 수출 승인 규모보다 큰 수량으로, 향후 단계적으로 추가 허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휴메인은 일론 머스크의 xAI와 공동으로 사우디에 5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중에서도 대형급에 속한다.
UAE 국영기업 G42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평가되는 AI 데이터센터 허브 구축 계획을 진행 중이다.
G42의 '스타게이트 UAE(Stargate UAE)' 1단계 프로젝트는 2026년 가동 예정이며, 여기에 엔비디아·오픈AI·오라클·시스코·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빅테크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는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AI·클라우드·반도체 등 미래산업으로 국가 전략을 전환 중이며, 이번 미국의 수출 승인은 양국의 AI 인프라 구축에 결정적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동의 AI 시장 선점, 중국 AI 생태계로의 기술 이전 차단,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AI 및 전략안보 전문가들은 "G42와 휴메인은 과거 중국 기업과의 협력 이슈가 있었던 만큼, 미국이 엄격한 보안·보고 조건을 요구한 것은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UAE는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엔비디아 칩 확보 여부가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허가로 두 국가는 글로벌 AI 산업 경쟁에서 본격적인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