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경기가 8개월 연속 위축세를 이어가며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공급망을 교란하고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공장 가동과 신규 주문이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9월(49.1)보다 낮은 수치로,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이로써 미국 제조업은 8개월 연속 수축세를 기록했다.

다만 PMI는 42.3을 상회해, 전반적인 경제 확장세와는 아직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스탠리 산탄데르 미국자본시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정책이 제조업을 되살리기보다 오히려 고객 이탈과 주문 감소를 초래했다"며 "기업들이 4월 이후 계속된 관세 불확실성에 지쳐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ISM 조사에 따르면 기초금속, 운송장비, 금속가공 등 6개 업종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섬유·목재·화학·전기전자·기계 등 12개 업종은 위축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 여파로 농업 부문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으며, 올해 구매량은 1,200만 톤(전년 2,250만 톤)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현 수확기(1월까지) 동안 약 1,200만 톤 구매를 약속했지만, 전년(2,250만 톤) 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농가의 수입 감소는 농기계 등 제조업 수요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관세 정책은 공급망 병목을 심화시키고 있다. ISM의 공급자 배송지수는 9월 52.6에서 10월 54.2로 상승, 납품 지연이 확대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다소 완화됐다. ISM의 가격지수는 전월 61.9에서 58.0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고용은 계속 부진했다. ISM은 “공장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인력 공백을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공식 경제 통계 발표가 중단되면서 경기 진단도 어렵다.

또한 식료품 보조가 끊긴 4,200만 명의 저소득층 가계 소비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며, 소비는 주로 주식시장 상승의 수혜를 입은 고소득층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대법원은 오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관세 부과의 합법성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며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이 생산성 제고보다는 공급망 왜곡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