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법을 고치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국가 경제의 향방을 책임지는 정책 책임자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안이하며, 이미 심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위기 신호를 외면하는 위험한 인식으로 비친다.

정책은 문제가 터진 후에야 수습하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에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대비하는 '예방'이 핵심이다.

김 정책실장의 낙관론과 달리, 외국인 투자 기업들의 우려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 외국 기업 단체들은 노란봉투법이 한국의 투자 환경을 악화시켜 '탈한국'을 부추길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불분명하게 확대해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위험을 안긴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들은 이러한 모호성이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이는 결국 신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외국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국내 사업 축소 또는 철수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한국의 정책 불안정성이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고치면 된다"는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투자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또 법이 바뀔 수 있다'는 불신을 심어줄 수밖에 없을 터다.

외국 기업의 투자는 단순히 자본 유입을 넘어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으로 이어진다.

정책 책임자의 안이한 인식과 발언이 초래할 정책 실패의 대가는 결국 국민과 기업, 그리고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이다.

외국 기업들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는 결국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론이 아니라, 기업과 노동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진정성 있는 정책적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