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직원들에게 수천만 원씩 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정책 수단으로 부동산 대출 억제를 강조해온 한은이 내부적으로는 비교적 낮은 금리로 직원들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준 셈이어서, 정책과 내부 행보 사이의 괴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직원 112명에게 총 45억 8,000만원의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은 약 3,800만원 수준이며, 적용 금리는 연 3.4%로 시중은행보다 낮았다.

근속 1년 이상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는 최대 5,000만원 한도로 대출을 제공해왔다.

주택 구입 시에는 최장 20년간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이 적용되며, 전·월세 자금의 경우 계약 기간 만료 후 상환하는 조건이다.

이 같은 제도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당한 혜택을 담고 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4.2% 수준임을 고려하면, 한은 대출이 0.8%포인트 더 낮은 셈이다.

대출 한도도 더 넉넉하다. 시중은행에서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면, 한은 직원은 사내 복지를 통해 최대 1억 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외부 금융기관과 달리 전산망에 잡히지 않아 추가 대출 가능 한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해당 내역이 금융권에 공유될 경우에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측은 "직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복지제도"라며 "무주택 실거주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갭투자 목적의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또 "은행연합회 공시 금리 수준에 맞춰 대출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 시중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이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기존 한은 입장을 고려할 때, 내부의 대출 운영 방식이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