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 그룹이 핵심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직면한 심각한 위기에 대응해 대규모 투자를 축소하는 '긴축 경영' 모드에 돌입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총 1,600억 유로(약 1,86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발표된 총 지출 규모는 폭스바겐이 매년 갱신하는 5개년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직전 계획인 2025년~2029년 기간의 1,650억 유로, 그리고 2024년 정점을 찍었던 2024년~2028년 기간의 1,800억 유로 대비 50억 유로 이상 축소된 수치다.

이는 그룹 전반에 걸친 비용 절감과 자원 재배치에 초점을 맞춘 방어적 재편성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은 포르쉐와 아우디 브랜드를 포함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수입 관세의 압박과 중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판매량의 거의 절반을 이 두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포르쉐는 수익성 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으며, 이미 전기차(EV) 전략을 대폭 후퇴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루메 CEO는 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최신 지출 계획의 초점은 제품, 기술, 인프라를 포함한 '독일과 유럽'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포르쉐의 비용 절감 프로그램 연장 논의는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블루메 CEO는 아우디의 잠재적인 미국 공장 건설 검토가 워싱턴으로부터 상당한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포르쉐가 중국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폭스바겐 그룹 전체 차원에서는 현지 생산이 가능하며, 언젠가는 중국 맞춤형 포르쉐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편, 블루메 CEO는 오는 1월 포르쉐 CEO직에서 물러나 폭스바겐 그룹 CEO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최근 그의 폭스바겐 CEO 계약이 2030년까지 연장된 것은 최대 투자자인 포르쉐-피에히 가문과 독일 니더작센주로부터 분명한 지지를 받은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포르쉐가 3년 전 상장한 이후 주주들이 손실을 입은 것이 사실이며, 나 또한 이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인정하며 그룹을 둘러싼 냉정한 현실을 직시했다.